나는 어릴적부터 혜화동에서 살았습니다. 그런데 어제 혜화동에 자주 갔었다는 후배와 얘길 하다 잊고 지내던 기억이 떠올라서 이 방에 공유해 보려고 해요 30대 전후쯤이었던 것 같아요.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을 잠실경기장에서 보고 나와서 택시를 탔습니다. 그 당시 택시는 합승을 많이 했는데.. 혜화동은 합승이 잘 안되는 동네였어요. 내가 먼저 택시를 탔기에 오늘도 합승이 안되길 은근 속으로 바랬는데.. 누군가 혜화동을 외치며 앞자리에 털썩 앉았습니다. 혜화동 로터리 주유소 뒷길로 들어가 주실 수 있나요? 앞에 청년이 물어보니.. 기사님이 뒷자리 손님과 같은 방향이라고 얘기해 주고는.. 오늘 본인이 운이 좋다면서.. 혜화동은 합승이 잘 안 잡히는 곳인데.. 같은 방향 두 분을 태웠다면 좋아했어요. 앞좌석에 앉은 청년이 말을 걸기 시작했습니다. 마이클 잭슨 공연 보고 나오신 거예요?를 시작으로..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점점 그 사람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. 밤이라 얼굴은 안 보였지만 목소리도 좋았고, 매너도 좋아 보였어요. 기사님도 둘이 잘 어울린다면서 은근 옆에서 추임새도 넣어주셨어요. 혜화동 로터리는 점점 가까워지고.. 출근길에 만났었을 수도.. 앞으로 또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. 이 동네 오래 살았으면 혜화 초교 나왔겠네요?라고 물어보니.. 그 친구 갑자기 텐션이 살짝 높아지며, 동문이라며 반가워했어요. 3형제인데 모두 혜화 초교를 나왔다면서 나에게 몇 회 졸업인지 물어봤어요. 00회 졸업했어요. 라고 말을 하니 그 친구의 목소리는 실망 가득한 듯.. 나랑 6살 차이네요라고 말을 해서.. 어머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 보이지 않는데.. 몇 회예요? 라고 물어보니, 그 친구가 하는 말 우리 큰형이 00회 졸업이에요. 콰과광~ 벼락 치는 소리가 들리는듯했어요. 형 이름이 뭐예요? 라고 물어보니.. 이 친구 대답도 안 해주고 택시 문을 닫고 쌩하니 골목으로 사라졌습니다. 거기서 100미터 정도 더 가서 저도 내렸습니다. 그 청년은 과연 누구였을까. 그리고 그의 '큰형'은 내가 아는 사람일 텐데.. 그날 이후로 출근길에 비슷한 덩치의 청년을 찾아보았지만...본 적이 없었고. 가끔 그날의 달달했던 썸이 생각납니다.
